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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23. 10:53 이슈토론(매일경제)

들어가는 말

최근 들어 흉악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사형 집행 이후 22년간 사형집행이 없었던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사형제 폐지 반대 측에선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인 `위하력` 차원에서도 법정 최고형인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형제가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자칫 오판으로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는 반론도 거세다.


■ 찬성 /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형벌의 속죄·회복 기능못해…정치적 악용과 오판 우려도 

사형제 존치에 찬성하는 이들의 가장 주요한 논거는 잔혹한 범죄에 맞서려면 사형제라는 강력한 형벌제도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벌이 가진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과 범죄 예방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우선 이론적인 수준에서부터 의문시되는 점이 있다. 우선 다수의 법사회학자들의 적잖은 연구에서 사형제가 잔혹한 범죄에 대한 예방적 기능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형제의 응보적 기능을 강조하는 주장도 결함을 내포한다. 형벌은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과 범죄 예방 기능뿐 아니라 속죄·회복 등의 기능도 중요한데 사형제는 속죄·회복적 기능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잔혹한 범죄에 맞서기 위해 강력한 형벌제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그 수단이 꼭 사형제도여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사형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더 무거운 형벌일 수 있다. 

이론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형제가 실제로 운용될 때의 `위험`에 대해서도 지적이 필요하다. 사형제의 대상이 되는 주요한 범죄 유형은 정치·사상범과 특수한 흉악범죄가 대부분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자가 정치적 반대파나 소수파를 제거하기 위해 사형제를 악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우리는 소크라테스, 예수그리스도, 잔 다르크, 토머스 모어, 이차돈, 조광조, 김대건, 조봉암을 기억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많이 받는다는 이른바 `흉악범`의 경우도 사안이 간단치 않다. 같은 수준의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라도 가해자의 인종, 종교, 사회적 계층에 따라 사형 선고가 차별적으로 적용됐음을 논증한 경험적 연구 결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형제 폐지가 가장 필요한 이유는 사법부의 오판 가능성 때문이다. 우리는 사법제도의 흠결 가능성을 인정하고 `재심`제도를 두고 있지만, 사형이 집행된 경우에 재심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69년 `위장귀순간첩`이라는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이수근은 무려 49년 만인 2018년에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수근을 비롯한 수없이 많았던 사법살인 피해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사실 현재 우리의 사형제는 이미 유명무실하다. 1997년 이후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사형이 선고되는 사건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제 폐지를 다시금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는 사형제 존치·폐지 논쟁을 넘어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정부와 국회가 밝혀야 할 때다. 


■ 반대 /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英은 폐지후 계획살인 늘어…극단범죄 억제 효과 분명해 

사형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여론조사의 경향을 보면 일반인은 사형제 찬성 의견이 항상 70% 내외고, 흉악범죄가 드러나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간다. 그러나 필자는 여론에 의해 사형 폐지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형제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오판 가능성, 정치적 악용을 근거로 든다. 옳지 않다. 이는 마치 교통사고 사망 사고를 없애기 위해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오판의 비극은 오판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 해결할 일이다. 그리고 사형의 정치적 악용은 사형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비민주적인 정치의 문제다. 우리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사형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례가 있는가. 

흔히 사형은 야만적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사형에 야만적인 요소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러면 무고한 사람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일보다 더 야만적일까. 우리나라에서 매년 500명 내외가 살해당한다고 한다. 만약 사형을 폐지해 살인사건이 10% 증가한다면, 매년 50명이 추가로 살해된다는 말이 된다. 요즘 법원의 사형선고는 1년에 평균 1건이 채 안 되는데, 이러한 사형이 무고한 50명이 살해당하는 사태보다 더 야만적일까. 

그렇다면 과연 사형이 살인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폐지론자들은 예컨대 2004년 미국의 10만명당 피살자가 사형제를 존치한 주는 5.71명, 폐지한 주는 4.02명이라는 통계를 든다. 과학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원래 살인범죄율이 낮은 주들이 사형제를 폐지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형 폐지 전후를 비교해야 한다. 

영국 사례가 적절하다. 영국은 1966년 사형을 폐지했는데, 이후 20년간 살인사건이 그 전 20년보다 60% 증가했다(김영옥, 전주대 박사학위 논문). 더욱이 1급살인(계획살인)과 2급살인(우발살인)의 비율이 28대72에서 41대59로 변했다고 한다(케네스 월핀). 사형제에 의해 범행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계획살인인데, 사형이 폐지되자 훨씬 더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놀란 영국 사회가 사형제를 부활하려고 시도했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사형이 살인범죄를 억제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고, 다만 몇 % 정도인지만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사형제를 폐지해 살인죄가 단 5%만 늘어나더라도 그 추가 피해자 연 25명의 생명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살인범에게 피살당하는 게 최악의 인권침해라고 볼 때, 살인범죄를 억제함으로써 무고한 피해자를 줄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인권보장이다. 오히려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더 야만적이라 할 수 있다.

posted by 투자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