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면서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이 얼어붙는 모습이다.
실제 입주한 후에도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만6738가구로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는 수익형 부동산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자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증권사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는 주로 수수료를 받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하거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한다. 수수료율은 일반 구조화 증권보다 월등히 높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는 것은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는 부동산 경기 활황이 시작됐던 2014년부터 증가세가 이어졌다.
2014년 말 2조9000억원을 기록한 뒤 2015년 말에는 3조1000억원을 거둬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6년 말에는 전년보다 8000억원 가량 늘어 3조9000억원을 나타냈다. 2017년에는 3조3000억원으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4조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5조원에 근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증권사 부동산 채무보증 규모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증권사의 전체 채무보증 규모는 33조9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채무보증은 20조원으로 전체의 약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비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50.1%에 불과했던 채무보증비율은 2015년 말 60.1%. 2018년 9월말 68.5%에 달했다. 자기자본의 절반이 훨씬 넘는 자본을 보증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권사가 채무보증 제공을 신규 수익원으로 활용하면서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특히 2015년 이후 고위험 고수익 채무보증인 매입확약으로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수년간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다. 전통적인 수익원이였던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인수, 공모증자 시장의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수익원이었던 IPO 시장은 3년전 부터 출혈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IPO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이처럼 수수료 인하 등 출혈 경쟁과 거래대금·위탁수수료 감소 등으로 인해 ‘중개’ 중심의 영업은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수익에 목마른 증권사들이 눈을 돌린 곳이 부동산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를 준비하면서 늘어난 자기자본을 활용해 부동산에 투자하면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외 부동산 복합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다.
NH투자증권은 여의도 파크원 개발에 이어 1조2000억원 규모의 서울 여의도 MBC 부지 개발 사업권을 따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에는 미래에셋대우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복합 리조트 개발사업에 1700억원 중순위 투자를 집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베트남 신도시 투티엠에 고급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을 짓는 복합개발에 착수했다. 총 1조원 가까운 사업비를 외부 투자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미래에셋 자체 자금을 들여 현지 시행자와 합작투자하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경기도 광명시 KTX광명 역세권에 중앙대병원 건립을 포함한 총 6343억원 규모의 복합의료시설과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총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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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증권사들도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IB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증시가 고꾸라지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부문이 알짜 수익을 낸다는 판단에 팔을 걷어붙이는 양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IB본부 산하에 PF1실과 PF2실을 신설했다. PF1실에서 구조화상품과 부동산금융을 전담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IB관련 부서에 부동산금융팀을 추가로 신설했다.
최근 새 기업이미지(CI)를 내놓으며 강소 증권사로의 도약을 선언한 한양증권도 부동산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양증권은 부동산금융본부를 신설하고 박선영 전 케이프투자증권 구조화금융(SF) 사업본부장과 산하 직원 10명을 영입했다. 또한 기존 부동산 강자였던 메리츠종금증권 등에서 경력직원들을 충원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 확대 배경에는 건설사들의 리스크 축소와 궤를 같이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건설사들은 PF 우발채무로 곤란을 겪은바 있다.
당시 미분양으로 시행사들이 줄줄이 부도 처리되자 건설사들은 고스란히 사업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다. 이런 PF우발채무 탓에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적지 않다.
이후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지급보증에서 발을 뺐다. 이 상황에서 수익에 목마른 증권사들이 시공사의 신용 공여 행위를 대신 해준 것이다.
황상운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실제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시공사 신용보강 비중은 2017년 19.7%에서 지난해 13.3%로 감소했다”며“국내 PF사업에 대한 신용위험 부담 주체가 건설사에서 증권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증권사들의 신용 보증이 늘어나면서 이익은 줄어들지만 은행에 비해 싼 금리로 개발자금을 조달하고 사업 안전장치가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국내 신용평가사들과 금융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 원리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채무보증에서 부동산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상시감시체제를 구축하고 필요시 테마검사 등을 상시화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별로 부동산 PF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분야로의 고위험 자금중개(채무보증, 투자 등) 행위를 관리할 계획”이라며 “부동산 시장여건에 따른 비은행권 건전성이 저하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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